회사측 실수로 이번에 퇴직연금을 다시 가입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제 적립금을 들여다봤습니다. 그전까지는 솔직히 "퇴직할 때 받는 돈이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DB형이니 DC형이니 처음 보는 용어들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직접 은행에 방문해 상담까지 받고 나서야 이 둘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퇴직연금, 직접 알아보기 전까지 몰랐던 것들
저도 처음엔 퇴직연금이 그냥 회사가 알아서 관리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급명세서에 퇴직연금이라는 항목이 있어도 "나중에 받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회사에서 그동안 누락되었던 퇴직연금을 재가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관련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봤고,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질문이 "DB형으로 가입하시겠습니까, DC형으로 가입하시겠습니까?"였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이 용어 자체가 너무 불친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DB형은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확정급여형이란 퇴직 시 받을 급여 액수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고,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든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계산 기준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과 근속연수로, 오래 다니고 연봉이 오를수록 수령액이 커집니다.
반면 DC형은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확정기여형이란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근로자 개인 계좌에 적립해주고, 그 이후의 운용은 근로자가 직접 맡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금이나 펀드, 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해서 굴려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퇴직 시 받는 수령액이 달라집니다. 운용을 잘하면 DB형보다 더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면 기대보다 적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은행 상담을 받으면서 이 차이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같은 퇴직연금이라는 이름 아래 운용 책임자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수령액 차이, 어떤 유형이 더 유리한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결국 "어느 쪽이 더 많이 받느냐"입니다. 제가 상담받으면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DB형의 경우 수령액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결정됩니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회사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장기근속자이거나 승진·연봉 인상 가능성이 높은 분이라면 DB형이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적립금 운용은 회사가 알아서 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결과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DC형은 수익률이 관건입니다. 적립금을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봤을 때,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금융상품입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지수에 꾸준히 투자했다면 DB형보다 수령액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이므로, 금융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작정 DC형을 선택하는 건 리스크가 있습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DC형 가입자의 운용 수익률은 개인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편차가 크게 발생합니다(출처: 근로복지공단). 같은 기간을 같은 직장에 다녀도 어떻게 운용했느냐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각 유형에 적합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B형이 유리한 경우: 장기근속이 예상되는 직장, 연봉 인상 폭이 크거나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경우, 투자보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우
- DC형이 유리한 경우: 펀드나 ETF 운용 경험이 있는 경우,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직접 세울 수 있는 경우, 이직이 잦거나 근속 기간이 불확실한 경우
내 유형 확인하고 관리하는 방법
제가 상담을 받으면서 가장 충격이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상담사가 "지금 어느 유형으로 가입되어 계세요?"라고 물었는데, 저는 그때까지 그걸 몰랐습니다. 직장에 다닌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의 퇴직연금 유형조차 모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경험에서 깨달은 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수십 년이 지나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퇴직연금 유형과 적립 현황은 회사 인사팀이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에 문의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가입한 퇴직연금의 종류, 적립금, 수익률까지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제 경험상 이걸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적 있는 직장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제도 자체의 설명 방식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DB, DC, IRP라는 영문 약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벽처럼 느껴집니다.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란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한도 없이 이체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개인 계좌를 말합니다. 이 용어 하나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데, 노후와 직결된 중요한 제도치고는 안내 방식이 너무 불친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용어에서 막히면 확인 자체를 미루게 되고, 그 사이 본인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른 채 지나치게 됩니다. 저도 이번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아서 더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퇴직연금은 결국 내 돈입니다. 회사가 대신 알아서 해주는 복지가 아니라, 노후를 위해 오랜 기간 쌓이는 자산입니다. DB형이든 DC형이든 지금 어떻게 적립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미래 준비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적립 현황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갖는 것, 저도 이번 경험을 계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퇴직연금 유형 변경이나 운용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제도 안내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근로복지공단
-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